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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간 이야기/먹고

경리단길 고깃집 화로

어린양 Lami 2017.07.10 17:57

머리도 새로 했고 기분좋게 흐린 오후라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를 가기로 했어요.

여행 직전이라 에너지를 보충하려 했는데 마침 괜찮은 고깃집이 있네요.

지도에 작은 골목까지 나와있으니 그대로만 가시면 될거예요.

제 리뷰의 테마 중 하나가 '나같은 길치도 찾아가기 쉬운 안내를 하자'인데 여긴 지도 한 장으로 충분하네요.

 

화로구이의 그 '화로'라고 생각했는데 가게에 가서 보니 약간의 말장난이 있었어요.

꽃길만 걷자고 다독일 때의 그 花路입니다.

붙어있는 메뉴판들이 제각각인게 귀엽기도 하고 묘한 기분이예요.

외관부터가 퇴근길에 가끔 들르던 회사 근처의 고깃집과 닮아서 그리운 느낌이 드네요.

너무 일찍 찾아갔는지 아직 영업 준비중인가봐요.

잠시 근처를 산책하다 올까 했는데 오픈이 한 시간도 더 남았다는 말에 가까운 카페에서 디저트를 먼저 먹고 왔어요.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곤란했는데 바로 옆에 귀여운 곳이 있더라구요.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경리단길을 거슬러 올라가며 구경도 좀 더 했을텐데 아쉬워요.

.

저와 같은 실수를 하실지도 모를 분들을 위해 미리 요약해볼게요.

화로의 영업은 금요일과 토요일을 뺀 일-목 18시부터 26시까지입니다. 혹시 모르니 예약하고 가시는 편이 좋을것같아요.

제가 좀 숫자라던가 규칙성을 좋아하는데 여기 번호가 참 예쁘네요. 02-790-0123이래요!

금요일 밤과 토요일에는 이태원이 한참 바쁠것같은데 쉬다니 좀 신기하네요.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풍경이예요. 혼자 앉아 고기를 먹을수 있는 좌석들이 늘어서있는게 참 좋아요.

혼자 고기를 먹고싶어도 한국에서는 마땅한 고깃집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멀지않은 곳에 이런 좋은 곳이 있어요.

혼자 가볍에 한 잔 하면서 냠냠 드시기에도 좋은 가게랍니다. 이런걸 혼술이라고 하던가요?

게다가 자리마다 다른 미니어쳐 세트가 놓여있어요.

오늘은 두 사람이 왔으니 앞접시 둘을 세팅해봅니다.

조금 어둑하고, 구석진 자리로 선택했어요.

계속 들려오는 음악들은 90년대 후반의 음악이 대부분이라 이 또한 그리운 추억들이 새록새록 살아납니다.

좌석 뒤에는 예쁜 나무가 있어요. 붉은 잎이 흐드러진 가을 정원같아요.

두 명에 가장 추천하시는 메뉴는 이베리코 3종이라고 하셔서 그 추천대로 따라가봅니다.

그래도 뭔가 심심할까봐 사이드를 뭘로할까 고민했는데 추천 메뉴에는 별표가 그려져있어요.

연어는 지난주에 잔뜩 먹기도 했고, 다른 곳에서도 먹어볼수 있을것같으니 이 가게 한정이라는 특제 파밥을 시켜보았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체크.

다시 가고싶은 식당의 중요한 포인트중 하나는 화장실이지요.

자연을 만나러 가건 손을 씻으러 가건 청결한 화장실은 중요해요.

게다가 점내에 있으니 나쁜 냄새가 나면 정말 곤란하잖아요? ㅠ_ㅠ

다행히 여긴 깨끗했고 깔끔했어요.

고기가 나오기 전에 간단히 설명을 해주셨어요.

우리가 먹을 고기는 스페인의 이베리코 흑돼지이고, 모든 돼지들 중 유일하게 육회로 먹어도 되는! 품종이라고 합니다.

(나온 고기를 그냥 먹어보려다 오늘은 회가 아니라 고기구이를 먹으러 왔으니 다음기회를 노려보기로 했어요.)

불포화지방이 많아 다이어트에 방해되지 않고, 있는 기름은 올리브유와 흡사하니 야채에 발라 함께 구워도 맛있을거라고 하십니다.

위부터 꽃목살, 갈비살, 업진살. 그 중에도 업진살은 가장 마지막에 구워야한대요.

그 이유인즉슨...

기름이 많아서 이렇게 화악 불이 붙어버리기 때문이예요. ㅠ_ㅠ

고기를 굽습니다. 지글지글 맛있게 익고있어요.

미디엄으로 굽는게 제일 좋다고 하셔서 매의 눈으로 지켜봅니다. 

저 예쁜 숯은 코코넛으로 만든 숯이래요. 연기도 적고 화력도 제법 오래 가는게 마음에 들었어요.

호박도 가지도 색이 참 예뻐요. 저 버섯은 마지막에 고기기름을 잔뜩 묻혀 보들보득하게 구워먹었어요.

노오란 단무지가 살짝 매콤한데 시치미를 찍어 고기에 얹어먹으니 다른 양념이 필요 없었어요.

조금 느끼한가 싶을 때 파밥을 슥슥 비벼 한 술 떠올리고 고기를 얹어요.

심심하면 여기에 구운 야채를 얹어도 좋아요.

정신없이 먹다보니 어느새 모두 동나버렸어요.

양이 적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 먹고나니 만복감에 일어서기도 쉽지 않아서 찬동안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화로구이도 참 맛있고 분위기도 좋은 가게였어요.

고기를 주세요... 이런것에 당첨되어본 역사는 없지만 정말 맛있었어요... ㅠ_ㅠ

라는 소망을 담아 명함을 투척 후 아쉬운 발걸음을 떼어봅니다.

선선한 날에는 바깥 테이블에서 먹어도 좋을것같아요.

길에 담배피우는 사람이 없다면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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