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Y와 함께 '커피살림'이라는 가게를 찾아 헤멥니다.
1. 대전시 서구 탄방동, 천주교 교회 부근의 어딘가-
2. 커피가 매우 저렴하고 맛있는 곳
이라는 두 가지 정보만 믿고 무작정 걸어온 성당 앞에 여러가지 작은 찻집, 커피점들이 있었지만, 염원하던 커피살림은 보이지 않습니다.
좌로갔다 우로갔다 하며 헤메기를 20여 분, 결국 넷북을 꺼내어들고 부근의 무선인터넷을 검색합니다.
오, 다행히 열 개 남짓한 회선이 잡힙니다.
이런 것을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중이라는 소식을 들은 바 있기에 조금 켕기지만, 그래도 춥고 커피고프고 지치는데 어쩌랴 하며 지도를 찾아봅니다.
아이고 맙소사, 아까 지나친 곳입니다. 그 뒤에 다시 지나쳤던 곳입니다. ... 눈 앞에 있었네요.
성당쪽이 아니라 CINUS 방향, CINUS의 바로 맞은편 건물입니다.
단, 도로변이 아니라 안쪽 길에 있기 때문에,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친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같은 위치의 도로쪽에는 '갈색 향을 마시는...' 이라는 이름의 가게가 있습니다.
(바알갛게 달궈진 작은 난로가 따끈따끈.)
MAYA의 카탈로그도 읽었고, 더치커피를 여럿 마셔보긴 했지만, 여전히 커피의 종류는 잘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언뜻 전에 마셨던 커피 중 하나- 마음에 들던 것이 떠오르기에 냅다 질문을 하였습니다.
"커피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탄 냄새가 적고 신 맛이 나는 것, 그 중에 꽃향기 같은 것이 조금 나는 것 혹시 있나요?"
너무 설명이 단순한가.. 하고 뭔가 더 생각해보려 하는데 곧 웃으며 답을 해주십니다.
"예가체프를 말씀하시는건가요?"
이름은 전혀 기억나지 않으므로 머뭇머뭇하자 다시 웃으며 말씀하십니다.
"일단 예가체프를 드셔보시고, 다른 커피들도 조금씩 드릴테니 한번씩 맛을 보세요. 그러다 마음에 드는 것이 나올수도 있고요."
그렇게 시작된 커피 릴레이.
(이렇게 따라두니 홍차를 마시는 듯한 기분이 됩니다.)
처음으로 받은 것은 예가체프입니다. 스모키 향이 적은 것을 원했던 때문인지 약배전으로 볶았다고 하시네요.
고양이 혀 때문에 바로 마시지는 못하고 일단 향을 맡습니다.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구수한 군고구마의 향기. 어라라? 하는 마음에 살짝 맛을 보니 역시 구수합니다. 전에 마셨던- 회상하던 것과는 다르지만 재미있는 맛이네요. 입 안에 조금 넣고 굴리자 혀 뿌리쪽에 신 맛이 느껴지지만, 강하지 않습니다. 진한 군고구마의 향 뒤로 미묘하게 상큼한 맛이 나네요. 진하게 내려 우유를 타도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으로 받은 것은 예가체프입니다. 스모키 향이 적은 것을 원했던 때문인지 약배전으로 볶았다고 하시네요.
고양이 혀 때문에 바로 마시지는 못하고 일단 향을 맡습니다.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구수한 군고구마의 향기. 어라라? 하는 마음에 살짝 맛을 보니 역시 구수합니다. 전에 마셨던- 회상하던 것과는 다르지만 재미있는 맛이네요. 입 안에 조금 넣고 굴리자 혀 뿌리쪽에 신 맛이 느껴지지만, 강하지 않습니다. 진한 군고구마의 향 뒤로 미묘하게 상큼한 맛이 나네요. 진하게 내려 우유를 타도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커피잔에 비친 조명.)
이내 한 잔을 다 마시고 앉아 이런저런 작업을 하고 있으려니 다가오셔서 컵을 헹구시고, 새로운 커피를 따라주십니다. 이번에는 과테말라라는 커피래요. 역시 약배전입니다. 과테말라도 예가체프처럼 구수한 향이 먼저 감돌지만, 조금 미묘하게 다른 것이, 군고구마와 군밤을 섞은듯한 향기입니다. 거기에 은은하게 달콤한- 마치 바짝 마른 낙엽을 태운듯한 향이 나요. 첫 맛은 쌉쌀하지만 끝 맡은 깔끔하게 사라집니다. 한 모금 머금었더니 혀 전체에 쓴 맛과 신 맛이 골고루 닿습니다. 향기 뿐만이 아닌지 은근히 단 맛도 느껴지는듯한 기분이 드네요.
이내 한 잔을 다 마시고 앉아 이런저런 작업을 하고 있으려니 다가오셔서 컵을 헹구시고, 새로운 커피를 따라주십니다. 이번에는 과테말라라는 커피래요. 역시 약배전입니다. 과테말라도 예가체프처럼 구수한 향이 먼저 감돌지만, 조금 미묘하게 다른 것이, 군고구마와 군밤을 섞은듯한 향기입니다. 거기에 은은하게 달콤한- 마치 바짝 마른 낙엽을 태운듯한 향이 나요. 첫 맛은 쌉쌀하지만 끝 맡은 깔끔하게 사라집니다. 한 모금 머금었더니 혀 전체에 쓴 맛과 신 맛이 골고루 닿습니다. 향기 뿐만이 아닌지 은근히 단 맛도 느껴지는듯한 기분이 드네요.
(옆면에는 각 커피콩의 이름과 산지가 지도에 나타나있습니다. 하나하나 다 마셔보고싶네요.)
세 번째로 따라주신 것은 파푸아뉴기니입니다. 이번에는 중간배전으로 볶으셨다네요.
향은 예가체프와 과테말라의 중간 정도에 잘 모르겠지만 익숙한 향이 납니다. 여전히 정체는 모르겠지만요.
쓴 맛이 앞의 둘보다 강한 편이고, 입에 머금으면 의외로 신 맛이 더 강한데, 은근히 맑은 단 맛이 함께 돌아요.
홀짝홀짝 마시다보니 어느새 바닥이 드러나버렸습니다.
(가게를 들어서자 정면으로 보이는 벽에는 여러 잡지와 찻잔, 도구들이 가득합니다.)
네 번째로 받은 것은 파나마.
뜨거울 때에 마시자 일단 쓰고 뜨겁고. 으악... 하는 느낌에 역시 30초 정도 들고 향만 맡습니다. 앞의 셋과는 달리 다른 커피에서 맡았던 것과 비슷한 탄 내음이 강해요. 얼마나 볶았느냐에 따라 콩이 달라도 이런 향이 강해지는걸까요?
입에 머금으면 쓴 맛과 신 맛이 동시에 강하게 느껴지고, 이내 신 맛만 남습니다.
...
어이쿠, 앉아서 노닥노닥 하는 사이에 손님이 다글다글, 세 시간이나 흘러버렸어요.
그래도 눈치주지 않으시고 친절히 커피들을 따라주신 주인 아저씨 감사합니다.
집 근처였다면 귀가할 때마다, 혹은 휴일마다 들르게 될 것 같은 가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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