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일기장/일상다반사

아침 30분 루틴, 일·육아·신앙을 지켜내는 자기개발 시스템

Lami 2025. 9. 11. 13:44

저는 직장인이자 프리랜서, 창작자이자 부모입니다.
낮에는 회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저녁에는 프리랜서로 작업하며, 아침과 밤에는 두 살 아기를 돌봅니다. 흔히 이런 삶을 "멀티플레이어(multiplayer)"라고 부릅니다.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삶은 보람이 크지만, 집중력이 쉽게 무너진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수많은 메시지와 알림이 쏟아지고, 상사의 긴급 요청과 팀의 협업 과제가 겹치며, 아이가 갑자기 찾는 물건이나 집안일까지 몰려듭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선순위 없이 눈앞에 보이는 일부터 처리하기 쉽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부지런해 보이지만 정작 장기적인 성과는 뒤로 밀리곤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아침 2~3시간은 뇌의 집중력이 가장 높은 황금 시간대라고 합니다(Duke University, 2019). 이 시간을 단순 처리 업무에 소모하면 정작 중요한 과제는 늘 뒤로 밀리게 됩니다.
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상 직후 30분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이 루틴은 상황에 맞게 변형할 수 있습니다. 학생이라면 등교 전 30분, 직장인이라면 출근 전 30분, 혹은 출근 후 자리에 앉아 시작하는 30분으로 활용하면 됩니다. 전업주부라면 아이 등원 후 30분으로 정해도 좋습니다.
저는 재택근무와 출근을 병행하는데다 업무 자체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기상 직후가 가장 적합했습니다. 하루를 열자마자 주도권을 잡아야 흔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 아침의 시작: 짧은 기도

아침에 눈을 뜨면 아직 조금 멍한 상태로, 옆에서 자고 있는 아기의 얼굴을 바라보며 작게 기도합니다. 목소리를 내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오늘도 하루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가 간밤에 잘 자서 감사하고, 지금도 깨지 않고 푹 자고 있어서 감사합니다. 제 시간에 눈을 떠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다고 하실 만한 날로 잘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기도가 끝나기도 전에 아이가 눈을 비비며 “엄마 무릎에 앉을래” 하고 우길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잠시 무릎에 안고 토닥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침 루틴은 엄밀히 따지면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라, 아이와 얽히는 순간이 자연스럽게 들어옵니다.

🌿 아침에 피해야 할 세 가지

  • 메일 전부 확인하며 즉시 답장하기
    긴급하지 않은 메일까지 대응하다 보면 오전의 주도권을 잃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메일함을 열지 않는 것도 위험합니다. 가끔 긴급한 이메일이나 중요한 공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메일과 문자를 확인만 하고 답장은 루틴 이후로 미루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 들어온 일에 우선순위 없이 곧장 착수하기
    겉보기에는 성실해 보이지만 장기적인 성과와는 무관한 작업에 묶이게 됩니다.
  • 긴 잡담으로 몰입 끊기
    연구에 따르면 몰입이 깨지면 다시 회복하는 데 평균 23분이 걸립니다(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2008).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이의 요청이 우선입니다. 아이가 말을 걸거나 같이 놀자고 할 때는 “엄마 지금 이거 5분만 하고 도와줄게”라고 설명합니다. 긴급할 때는 요청을 조금 미루지만, 대부분은 아이에게 답해주고 다시 루틴으로 돌아옵니다. 몰입은 늦춰질 수 있어도 아이와의 신뢰는 깨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 기상 직후 루틴

1. 환경정리 + 걷는 기도

프린스턴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공간에 잡동사니가 많으면 뇌의 인지 자원이 소모되어 집중력이 저하됩니다(McMains & Kastner, 2011). 정리된 공간이 곧 집중력을 보장합니다.

저의 환경정리는 거실에서 시작합니다. 아이가 전날 남긴 장난감, 소파에 어긋나 있는 쿠션, 바닥에 나뒹구는 물건들을 치우고 주방의 컵과 접시를 정리합니다. 이어서 아기 아침 간식을 오븐에 넣고 돌려둡니다.

아침 5시~6시는 저에게 정리와 기도, 업무 준비까지 한꺼번에 할 수 있는 황금 시간대입니다. 정리하면서 집 안을 걸어 다닐 때, 자연스럽게 걷는 기도를 합니다. “오늘은 무슨 일부터 해야 할까요?”, “솔직히 너무 피곤합니다” 같은 투정을 하기도 하고, 마음속으로만 중얼거리기도 합니다. 이 기도는 예쁘게 다듬어진 말이 아니라 솔직한 호흡이어서 더 자유롭습니다.

2. 브레인덤프: 머릿속을 비우고 적어내기

데이비드 앨런(2001)은 『Getting Things Done』에서 브레인덤프를 “작업 기억을 해방하는 가장 단순한 기법”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머릿속의 모든 일을 외부로 꺼내 적는 것만으로도 집중력이 회복됩니다.

저는 오븐이 돌아가는 10~15분 동안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일을 노트에 적습니다. 업무, 가정일, 아이 관련 할 일 등 항목을 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서 하나씩 소거하면서 캘린더와 체크리스트로 옮깁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기록이면서도, 신앙적으로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고백”이 되기도 합니다.

3. 우선순위 검토: 아이젠하워 매트릭스 적용

아이젠하워 대통령(1954)의 철학에서 비롯된 이 매트릭스는 스티븐 코비(1989)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통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핵심은 긴급성과 중요성 두 축으로 일을 분류하는 것입니다.

중요 + 비긴급 → 계획 후 집중 투자
(예: 보고서 작성, 블로그 글쓰기)
중요 + 긴급 → 즉시 처리
(예: 아이 아침 준비, 긴급 보고)
비중요 + 비긴급 → 삭제 긴급 + 비중요 → 위임
(예: 단순 반복 요청)


저는 아침 시간을 2사분면에 집중 배치합니다. 실제로 보고서와 콘텐츠 기획을 아침에 마치는 습관을 들인 후, 업무 누락으로 당황하는 일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4. 계획 수립 + 타임 블록킹

프랭클린 플래너(Hyrum Smith, 1997)는 시간 단위 계획을 통해 협업과 조직 관리에 강점이 있습니다. 반면 불렛저널(Ryder Carroll, 2013)은 블록 단위로 기록해 개인 집중에 유리합니다. 저는 두 방식을 혼합합니다.

  • 하루를 6개 블록(등원 전·오전·오후·하원 후·저녁·야간)으로 나누어 구글 캘린더에 옮깁니다.
  • 블록별로 업무, 가정일, 휴식 시간을 분리해 넣습니다.
  • 매일 아침 “오늘의 Must One”을 정합니다.

저의 Must One은 아침 글쓰기입니다. 전에는 저녁에 일기를 썼지만, 아이가 생긴 후 늦게까지 재택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밤에는 집중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전날을 돌아보며 기록합니다. 꼭 연재물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작은 단상, 기도, 깨달음을 쓰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흐름이 맑아집니다. 이때 창문을 열어 가을 공기를 맞으며, 파나마 게이샤 분리드립 더치커피를 마십니다.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루틴에 집중력을 더해주는 동반자입니다.

프랭클린 방식은 여전히 직장인의 일정 관리(회의, 세미나, 공조)에 필요하고, 불렛저널은 멀티플레이어인 제 삶에서 집중력을 지켜주는 도구입니다. 월말에는 그 달을 돌아보고 다음 달 계획을 수정·보완합니다.

5. SNS 루틴: 아침의 작은 관리

아침 루틴의 마지막 단계는 SNS 관리입니다.

  • 인스타그램에서 전날 게시물 반응 확인
  • 댓글·DM 응답
  • 블로그 방문자 댓글 응답

SNS 루틴은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삶과 브랜드, 신뢰를 이어주는 작은 의식입니다. 단 몇 줄의 공감과 감사 인사라도 하루를 긍정적으로 여는 힘이 됩니다. 

🌿 초록이의 루틴: 아침과 밤

아직 두 살 반인 초록이도 루틴이 있습니다.

놀이 같지만, 삶을 지탱하는 작은 자기 훈련이 되고 있습니다.

  • 아침: 엄마가 들려주는 코코지 노래를 들으며 일어납니다.
    엄마가 구워준 빵이나 과자를 먹고 우유 한 잔을 마신 뒤, 대추나 건빵을 들고 디트로네를 타고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돕니다.
    소방서 문이 열렸는지 소방차들이 잘 자고있는지 확인하고, 놀이터에서 잠시 놀다가 친구들을 기다리며 어린이집으로 들어갑니다.
  • 밤: 목욕을 하고,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며 놉니다.
    그러다 엄마가 일을 하고 있다면 꼭 불러서 함께 침대로 들어갑니다.
    가족이 함께 기도하고, 엄마·아빠와 이야기를 나눈 뒤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 결론: 작은 습관이 자기개발을 완성한다

멀티플레이어로 살아가는 저에게 아침 30분 루틴은 단순한 습관이 아닙니다.

에서는 집중력을 확보하고 성과를 만듭니다.
육아에서는 아이와 함께 하루를 준비하며 여유를 챙깁니다.
신앙에서는 짧은 기도와 걷는 기도로 균형을 지킵니다.


작은 습관이 결국 커리어와 삶을 바꿉니다. 

오늘도 저는 내일의 30분을 설계합니다.

 

  • Allen, D. (2001). Getting things done. New York, NY: Peng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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